건설사 사망사고 명단 공개 – 투명성과 책임의 균형
“건설은 성장의 상징, 그러나 안전이 없다면 그 성장은 누구를 위한 것일까?”
건설현장은 늘 바쁘고 역동적입니다. 도시의 스카이라인을 바꾸고, 새로운 길을 뚫으며,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기반을 만들어 주는 곳이죠. 하지만 그 화려한 외양 뒤편에는 늘 위험이라는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습니다. 높은 곳에서의 작업, 무거운 자재와 장비, 끊임없이 변화하는 작업환경. 이런 요소들 속에서 안타깝게도 크고 작은 사고가 끊이지 않고, 해마다 수십 명 이상의 노동자들이 현장에서 생명을 잃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국토교통부는 2024년부터 건설사 사망사고 명단 공개를 다시 추진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 조치는 단순히 “어디서 누가 다쳤다”는 정보를 넘어서, 건설업계의 안전불감증을 개선하고 구조적 문제를 바로잡기 위한 제도적 장치로서 의미를 갖습니다. 2022년까지 시행되다가 중단되었던 명단 공개를 다시 활성화한다는 점에서, 정부가 안전 문제에 대해 보다 단호하고 적극적인 태도를 취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기도 하죠.
이제 정부는 1년 동안 2명 이상 사망사고가 발생한 건설사에 대해 업체명과 시공능력평가 순위, 사고 건수, 원인 등을 공개할 예정입니다. 특히 이 공개 정보는 국토부 누리집에 게시되고, 국토교통부 장관 명의의 서한문이 발송되어 해당 건설사에게 안전 대책 강화를 촉구하는 경고 신호를 보내게 됩니다. 이는 단순히 ‘벌주기’보다는, 사고를 줄이기 위한 자정 유도와 사회적 감시 기능의 활성화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건설업계의 반응은 엇갈립니다. 일부 중견 건설사들은 "사망사고는 특정 현장의 일탈일 뿐인데, 회사 전체가 낙인찍히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며 우려를 표하고 있습니다. 특히 사고 원인 조사와 관련한 공정성, 책임소재의 명확성 없이 명단만 공개되면 오히려 혼란만 커질 수 있다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사고를 숨기거나 축소하지 않도록’ 공개 기준을 명확히 하고, 조사의 공정성과 자료 검증 절차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사망사고 명단 공개는 사회적으로도 큰 의미가 있습니다. 소비자들은 아파트나 상가 등 주거 공간을 선택할 때 안전한 건설사를 기준으로 삼을 수 있게 되고, 투자자는 안전관리 능력도 기업 평가 지표의 하나로 볼 수 있는 기반이 만들어지는 셈이죠. 결국 시장이 ‘안전한 건설사를 선택’하도록 유도함으로써, 자연스럽게 건설사들의 자정작용을 끌어낼 수 있다는 기대가 있는 것입니다.
나아가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단순한 처벌이나 공개의 확대만은 아닙니다. 산업재해의 근본 원인을 줄이기 위한 지속적인 안전 교육과 제도 개선, 노동자의 권리 보장과 복지 향상이 함께 이루어져야 진정한 변화가 시작됩니다. 그리고 이 모든 흐름의 출발점이 바로 ‘정보의 투명성’입니다. 알 권리, 선택할 권리, 그리고 책임을 묻는 권리. 명단 공개는 그 첫걸음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제는 건설현장에서의 사망사고가 ‘피할 수 없는 일’이 아니라 ‘막을 수 있는 일’이 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책임은 단지 건설사와 정부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가 안전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선택하는 소비자, 행동하는 시민으로서의 역할을 해나가는 것에서 시작됩니다.